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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에 관한 시 모음, 9월이 오면 생각나는 시들

      윤상진 0 16 0 0 09.02 22:43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storyshare.goodsayin…  + 8

      9월이 오면 생각나는 시들, 가을의 문턱에서

      어느새 9월입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여름이 조금씩 물러나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는 어느새 가을의 향기가 묻어납니다. 하늘은 한층 높아지고, 햇살은 조금 부드러워졌으며, 길가의 풀벌레 소리도 여름과는 다른 깊이를 더해갑니다.

      9월은 참 묘한 계절입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설렘이 있는가 하면,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도 함께 찾아옵니다.

      여름의 뜨거움이 지나간 자리에서 우리는 잠시 걸음을 늦추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됩니다. 바쁘게 살아오느라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마음을 살펴보고, 소중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앞으로의 계절을 조용히 준비하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9월을 노래한 시에는 유난히 그리움과 기다림, 이별과 성숙, 그리고 삶에 대한 따뜻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익어가는 사과와 대추처럼 우리의 마음도 조금씩 여물어가고, 여름을 떠나보내는 나뭇잎처럼 우리 역시 붙잡고 있던 것들을 하나둘 내려놓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가을의 문턱, 9월에 어울리는 시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잠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천천히 시 한 편을 읽어보세요.
      한 줄의 시가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고,
      잊고 지냈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문장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9월의 어느 날, 마음에 조용히 내려앉는 시 한 편과 함께 따뜻하고 깊어지는 가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9월에 관한 시 모음> 나태주의 시 '9월이' 외

      + 9월이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속에 들어와 익는다.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속을 떠나야 한다
      (나태주·시인, 1945-)

      + 다시 9월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나태주·시인, 1945-)


      + 9월

      9월이 오면
      앓는 계절병

      혈압이 떨어지고
      신열은 오르고
      고단하지 않은 피로에
      눈이 무겁고

      미완성 된 너의 초상화에
      덧칠되는 그리움
      부화하지 못한
      애벌레로 꿈틀대다가
      환청으로 귀뚜리 소리 품고 있다
      (목필균·시인)


      + 가을편지2  

      9월
      바닷가에 써 놓은 나의 이름이
      파도에 쓸려 지워지는 동안

      9월
      아무도 모르게
      산에서도 낙엽이 진다

      잊혀진 얼굴
      잊혀진 얼굴
      한아름 터지게 가슴에 안고

      9월
      밀물처럼 와서
      창 하나에 맑게 닦아 놓고
      간다  
      (나호열·시인, 1953-)


      + 9월과 뜰

      8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켠
      까자귀나무 검은 그림자가
      퍽 엎질러져 있다
      그곳에
      지나가던 새 한 마리
      자기 그림자를 묻어버리고
      쉬고 있다
      (오규원·시인, 1941-2007)


      + 9월의 시

      하늘 끝없이 멀어지고
      물 한없이 차지고
      그 여인 고개 숙이고 수심(愁心)지는 9월.
      기러기떼 하늘가에 사라지고
      가을 잎 빛 없고
      그 여인의 새하얀 얼굴 더욱 창백하다.
      눈물 어리는 9월.
      9월의 풍경은 애처로운 한 편의 시.
      그 여인은 나의 가슴에 파묻혀 우다
      (함형수·시인, 1914-1946)


      + 9월이 오면

      웃자라던 기세를 접는
      나무며 곡식들,
      잎마다 두텁게 살이 찌기 시작하고
      맑아진 강물에 비친 그림자도 묵직하다.

      풀벌레 노래 소리
      낮고 낮게 신호 보내면
      목청 높던 매미들도 서둘러 떠나고
      들판의 열매들마다 속살 채우기 바쁘다.

      하늘이 높아질수록
      사람도 생각 깊어져
      한줄기 바람결에서 깨달음을 얻을 줄 알고,
      스스로 철들어가며 여물어 가는 9월.
      (김향기·시인)


      + 9월의 시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문병란·시인, 1935-)


      + 구월의 시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움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 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조병화·시인, 1921-2003)


      + 9월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오세영·시인, 1942-)


      + 9월의 기도

      가을 하늘은 크낙한 수정 함지박
      가을 파란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지네
      저 맑은 빗줄기 속에 하마 그리운
      님의 형상을 찾을 때, 그러할 때
      너도밤나무 숲 스쳐오는 바람소린 양
      문득 들려오는 그윽한 음성
      너는 나를 찾으라!
      우연한 들판은 정녕 황금물결
      훠어이 훠어이 새떼를 쫓는
      초동의 목소리 차라리 한가로워
      감사하는 마음 저마다 뿌듯하여
      저녁놀 바라보면 어느 교회당의 저녁종소리
      네 이웃을 사랑했느냐?
      이제 소슬한 가을밤은 깊어
      섬돌 아래 귀뚜라미도 한밤내 울어예리
      내일 새벽에는 찬서리 내리려는 듯
      내 마음 터전에도 소리 없이 낙엽 질텐데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진실로 기도하게 하소서
      가까이 있듯 멀리
      멀리 있듯 가까이 있는
      아픔의 형제를 위해 또 나를 위해......
      (박화목·시인, 1924-200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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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에관한시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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